2021년 김장하러 집에 갔다 온 후기

김장하러 집에 갔다가,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태백에 콩을 배달하러 가야했다. 처음엔 아버지만 가려했는데, 콩자루가 40kg여서 너무 무거워서 같이 가기로 했다.

아버지는 94년도에 포터를 사셨다. 내가 중학교 때였는데, 하교하고 운동장에서 놀다보면 아버지가 태우러 와주셔서 참 좋았다. 고등학교는 기숙사, 대학부터는 자취와 군대, 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이렇게 오래동안 아버지랑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

고향에서 태백가는 길은 이렇게 동활계곡을 따라간다.

하지만 오목리를 통과하는 더 짧은 길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68년도에 무장공비가 동활계곡 인근으로 침투해서 주민들을 죽이는 바람에 정부에서는 경비 강화를 위해 저기에 길을 냈다고 한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비포장이었다가 어느 날 포장도로로 바뀌었는데, 이 때 삼청교육대 사람들이 많이 동원됐다고 하셨다.

어차피 정치성향은 나와 일치하기 때문에 밭을 갈 필요는 전혀없었지만 알고 계시라고 근래에 한국이 잘 나간다는 얘기 좀 했다.

콩을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는 늘 하시는 ‘외국인이라도 상관없으니 결혼하면 얼마 줄테니 얼른 하라’고 하셨고, 거기서 시작된 얘기가 이어져서 ‘알뜰하게 사신 덕분에 먹고 살만하셔서 내가 먹여살리지 않아도 돼서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도 드렸다. 많이 벌어도 딸린 식구들 먹여살리느라 고생하는 사람들을 몇몇 봤던터라…

그리고 옆동네 친구가 오늘인가 내일 결혼한다고 하셔서 저녁에 전화를 했더니 이달 초에 결혼했고 신혼여행까지 갔다왔다고 한다. 인간관계가 좁고 평소에 연락도 잘 안하는데다가 카톡도 탈퇴해서 이런 경우가 종종있다… 나중에 집들이한다고 하니 친구 통해서 축의금 보내야겠다.

생각 난김에 옆옆동네 친구에게도 전화했는데, 걔는 아직 미혼이었다. 연락 안되는 친구 하나 제외하면 초등학생 때 우리반 8명 중에 우리 둘만 미혼이다.

오전에 배추 씻고 오후에 배달하러 갔다오니 김장이 거의 끝나있었다.

평소엔 돼지고기 수육을 먹었지만, 올해는 형수님이 사오신 염소고기를 먹어봤다. 부드러운 닭가슴살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조카들과 루미큐브를 했다. 전에 형네 집에서 할 때는 가끔 내가 꼴찌할 때도 있었는데, 역시 각잡고하니 거의 일등했다.

간만에 장거리를 타보니 확실히 데이라이트가 있는 뒷차가 인식이 훨씬 빨리됐다. 그래서 합법 데이라이트도 주문했다. 안전에 관한건 어지간하면 다는 게 좋을 것 같다.

짐이 너무 많아 형 차에는 다 못 실어서 내 차에 싣고 파주의 형네집까지 갔다. 전에는 서울 근처만 와도 다 온 느낌이라 좋았는데, 파주는 아직도 한참 남아서 급 피곤해졌다. 게다가 송추 지나가는 외곽순환도로는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자꾸 통행료를 내라고 한다. 그래서 파주에서 집에 올 때는 강변북로 타고 왔는데, 내비에서 조금 빠른 길이라면서 시내 들어갔다가 가라고 했는데, 길 잘못 봐서 한참 해멨다. 그냥 강변북로 타고 가는게 나을 뻔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올인원에 아이나비 켜서 길안내 받고, 아이폰에는 애플지도로 내비게이션을 써봤다. 장점은 폰 화면이 꺼져있다가 안내를 할 때가 되면 화면이 켜지는 것과 애플워치로도 알림을 주는게 좋았고, 단점은 교통량과 과속단속카메라 정보가 없어서 메인으로 쓰기에는 불편하다는 점. 그리고 아직 서울문산고속도로가 안 들어와있어서 벌판을 달렸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나가는 길이 나오면 나가지 말라고 이런 식으로 알려준다.

작년에 받은 김치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서 올해는 김치를 따로 안 가져왔다. 사과 몇 개랑 형네 집에서 고구만 몇 개만 가져왔다. 그리고 등산화에 넣을 신문도 한 부 가져온 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