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감성이 전혀 없음 + 강원도, 경기도 이외의 곳은 그저 먼 곳이라는 생각 + 장트러블러가 가진 버스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http://hermoney.tistory.com/231 이런 곳은 그냥 구경만 한다.
하지만 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마침 안장도 바꿨으니 연속 이틀 라이딩도 해볼겸 따라 나선다.
가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구글지도로 미리 경로를 그려본다.
벚꽃이 한창인 4월2일-4월3일이라 분명 사람, 자전거, 자동차가 많을 것이다.
왕복 버스도, 숙소도 모두 준비가 됐고, 길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여러가지 걱정이 있지만, 일단 출발한다.
1박2일이니 준비물이 평소보다 많다.
- 잘 때 입을 옷(취침 온도를 모르니 반팔과 긴팔을 준비했다)
- 추울 때 배에 깔 수건
- 충전기(출력 좋으라고 아이패드용 가져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2A를 지원하는 기기가 없네…)
- 칫솔
- 치약(숙소에 이미 있지만, 파인프라 치약은 좋은 거라…)
- 썬크림
- 아이폰 케이블
- 가민500 충전 케이블(가민500은 보통 케이블 꽂으면 기록이 중단된다)
- 휴대용 배터리
라이딩으로 갈까 지하철로 갈까 고민했는데, 확실하게 지하철로 간다.
이미 MTB 두 대가 있었다.
우리 일행은 로드 세 대 + 접는 미벨 한 대
우리 다음 팀은 MTB 네 대
그 다음 팀은 로드 세 대
브롬튼 대여섯 대…
브롬튼 제외하도 대략 16대 정도 됐다.
물어보니 모두 우리가 가는 임실군 강진터미널이다…
바퀴를 안 빼면 8대 정도밖에 못 실을 테니 앞뒤 바퀴 모두 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선착순이 불문율이라 자리 없으면 못 가지만, 그래도 일찍 일어나 여기까지 왔으니 다 같이 가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게 미리 앞뒤 바퀴 다 빼라고 하고, MTB팀에게도 빼는게 낫다고 했다.
하지만 먼저 와있던 MTB 둘은 뒷바퀴 끼울 줄 모른다며 안 빼고 싶다고 몇 번이나 거절을 해서 난감했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써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바퀴 빼고 브레이크 패드 사이에 뭔가 끼워놓으면 된다는 정도만 알고 있어서 뺄까말까 고민했지만, MTB 팀의 디스크 사용자에게 물어보니 그렇게만 하면 된다고 한다.
두어 번이나 더 요청하고, 직접 바퀴를 빼줬다. 테이크아웃 커피 종이를 잘라서 패드 사이에도 끼워줬다.
검은색 리들리가 속한 로드팀에게도 혹시 모르니 미리 바퀴 빼놓으라고 했다.
혹시라도 자리가 남으면 잽싸게 실어야 하니까.
이리저리 싣고나서 양쪽 왔다갔다하다보니 다행히 모두 다 실을 수 있었다.
다 못 실은 브롬튼은 갖고 탔다.
마침 브롬튼 팀 한 명이 불참했고, 그 자리를 화물용으로 사용했다.
되게 먼 곳이라 생각했는데, 버스비는 이거 밖에 안 나오는 구나 ㅎㅎ
중간에 정안휴게소에 한 번 들르고, 임실군 강진면의 강진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후다닥하며 실린 자전거 모두 내리고 보니 마치 고물상에 온 것 같았다.
바퀴도 이곳저곳에 펼쳐져 있어서 자기 바퀴 찾느라 돌아다니기도 했다 ㅎㅎ
서울이랑 몇 도 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남쪽이라 그런지 살짝 더울 정도다.
괜히 융져지 입고 왔나…
국수로 유명하다는 행운집에서 점심부터 먹는다.
국수라서 엄청 빨리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빨리 나오지는 않았다 ;;;;
내가 처음에 경로를 짤 때는 남원-곡성-구례-광양 순으로 짰는데, 어느 순간 강진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남원은 우등버스도 있고, 버스 시간도 촘촘한데 왜 그럴까 했더니 섬진강 인증센터가 강진에서 시작해서 그렇다고 한다 -_-
그 놈의 도장이 뭐라고 ㅠㅠ
자전거 도로를 나타내는 파란색 차선을 따라 가다가 강진에서 멀지 않은 짧고 급한 오르막을 오르는 순간 접는 미벨의 페달축이 부러졌다.
배터리가 페달축을 돌려주는데, 거기 어딘가 부러진 것 같다고 한다.
다행히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다시 되돌아 갔다.
이 분의 친구분이 세종시에서 차를 몰고 광양에 두고 구례로 오기로 해서, 이 분도 강진에서 광양으로 버스를 타고 가고, 자전거를 빌려서 같이 오기로 했다.
파란 차선을 따라 한적한 길을 계속 간다.
생각보다 잘 돼있어서 놀랐다.
횡탄정 인증센터에서부터 눈에 뜨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주 밝진 않지만 마그닉 라이트를 달아놓으니 위안이 된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밝아져서 뭔가 했는데 두가헌이라는 곳이었다.
곡성에서 구례 사이에도 벚꽃 가로수가 많은데, 얼른 숙소에도 가야하고 어두워서 잘….
게스트하우스라는게 이런 곳에도 있었구나 ㄷㄷㄷ
이미 많은 라이더들이 먼저 도착해서 쉬고 있었고, 주인 부부도 친절하셨다.
콘센트가 비어있는 2층이 있어서 자리를 잡고 충전부터 시작했다.
종일 배터리에 연결해놔 폰 화면을 켜놨기 때문에 50%정도 쓴 것 같다.
광양에서 택시타고 올라온 일행도 도착했으니 저녁부터 먹자.
딱히 땡기는 메뉴는 없었지만, 다른 식당도 잘 안 보이고해서 들어갔다.
오리 한 마리가 나온다는 오리주물럭을 시켰는데 양이 엄청나다 ㄷㄷㄷ
워낙 늦게 도착한거라 저녁만 먹고 왔는데 10시 반이나 됐다 ㅠㅠ
양치질만 하고 바로 잤다.
우리 일행과 다른 사람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만, 원래도 잘 자는데 피곤하니 별로 거슬리지도 않고 바로 잠들었다.
비도 온다고 하고, 늦는 것보다는 빨리 도착하는게 나으니 6시에 일어나서 마당에 구경 나갔다.
뭔가 아침 먹으라는 신호 같은 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알아서 챙겨먹으면 되는 거였다.
구례구역을 지나면 벚꽃길이 시작된다.
사성암 인증센터에서 어제 같이 버스 타고 온 MTB 아주머니를 또 만났다.
사성암 인증센터 건너편
백운천 쉼터가 전망이 좋다고해서 잠시 쉬었다.
여기에는 사람과 차가 이미 가득했다.
슬슬 비가 오기 시작한다…
화개장터로 넘어가는 남도대교가 가까워질수록 차가 많아졌다.
무릎이 아픈 분은 마침 비도 오고하니 화개터미널에서 복귀하셨다.
이제부터는 방수에 대비하기 위해 가민과 폰을 다이나팩에 넣고, 방수팩으로 감쌌다.
토픽 다이나팩 최고다.
빗길을 뚫고 달리다보니 어느 순간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달린 분이 허벅지가 쓸려서 잠시 기다렸다.
추워서 이가 덜덜 떨린다.
어제는 융져지 입고 온 게 실수인 줄 알았는데, 비 맞고 달리다보니 여름 져지 입고 왔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중마터미널에 드디어 도착!
어제 잘 때 입은 옷으로 갈아 입었더니 추위는 많이 사라졌다.
젖은 신발 때문에 슬리퍼도 샀다.
게다가 토픽 다이나팩에 모든 짐과 심지어 신발까지 다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토픽 다이나팩 최고!
바로 옆 감자탕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남부터미널로 가는 차에는 자전거가 꽤 있었고, 어제 같은 버스 타고 온 MTB 아주머니도 있었다.
나는 동서울로 오는 거라 혹시나 싶어서 앞뒤 바퀴 다 뺐는데, 자전거가 나 밖에 없다 ㅋㅋㅋㅋㅋㅋ
2주 전에 오일 친거라 그런지 하루 비 맞았다고 녹이 슬었버렸네 ㅠㅠ
https://www.strava.com/activities/534684240
벚꽃은 도시락이나 치킨 한 마리 사서 집 근처에서 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