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의 중요성

계약서의 중요성

지금으로부터 약 45여년 전인 1967년, 기곡초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기존에는 약 5km 떨어진 산양초등학교로 등교를 해야해서 불편했다.

당시에는 버스도, 포장된 도로도 없었기 때문에 순전히 걸어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많아지다보니 학교가 필요하게 됐다.

이 곳에 학교를 세우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했다.

 

이 학교를 사용할 마을의 어른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고, 땅과 관련 작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area

 http://dmaps.kr/g4ah

노란 동그라미는 하나의 마을로 구분되는 영역이고, 빨간 동그라미가 학교가 있는 곳이다.

 

스크린샷 2013-09-29 오후 2.51.00

http://dmaps.kr/g4am

 

구역을 나눠서 각 마을별로 일을 하기로 했다.

당시 청소년이었던 아버지도 이 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학교를 세우기 위해서는 땅의 소유권이 교육청으로 되어있어야 합니다.

어른들은 작업을 마친 학교 부지의 등기를 교육청으로 넘겨줬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항상 그랬듯이 가업인 농사를 이어받아 다들 이 곳에서 살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또 아이를 낳고….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크린샷 2013-09-29 오후 10.23.45

출처: 삼척교육청 홈페이지

 

 

공업화가 시작되면서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고, 마을에는 아이 울음소리는 커녕 젊은 사람조차 찾기 힘들어졌다.

학년에 2학급이 1학급이 되고, 1학급에서 다른 학년과의 합반, 분교가 되었다가 고작 30회도 못 채우고 2003년에 폐교가 됐다.

누군가 이 부지를 임대받아 뭔가를 하기위해 학교 건물은 철거했지만, 철거말고는 별로 달라진게 없었고 그 자리에는 농작물을 말리거나 추곡수매를 하는 용도로만 쓰였다.

교육청 소유라서 함부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어떤 일도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얼마 전 이 곳에서 약 10여 km 떨어진 곳에 LNG 저장시설과 발전소가 생기게 된다.

이 발전소에서는 반경 3km까지는 도시가스와 전기료 보조를 해주기로 하고, 바깥은 가구당 1200여 만원의 보조를 해주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냥 현금으로 주는게 아니라 마을공동사업을 해야한다.

그래서 저 기획서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해서 마을이 받을 돈은 대략 8억6천여 만원이다.

누구는 도시의 빌딩을 사서 임대료를 받자고 하고, 누구는 학교 부지에 펜션을 짓자라는 아이디어도 냈지만, 결론은 학교 부지에 농작물 창고 및 건조기 등을 들여놓자고 났다.

 

 

 

농기계가 있다해서 농사일이 끝나는게 아니다.

농기계도 보조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마을에는 노인들 뿐이라 돕지를 못한다.

그래서 차라리 보조도 필요없는 농기계를 위해 더 편한 시설을 짓기로한 것이다.

 

 

교육청에 연락해보니, 학교 부지를 구입하려면 4억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계약서 작성 당시

폐교등의 이유로 부지 사용 용도가 사라지면 반환한다.

라는 단 한 줄만 추가됐어도….

건물을 짓기위해 노동력이 투입된 땅을 공짜로 넘겨주고서, 다시 쓰려고보니 비싼 값으로 되사야한다.

 

아무도 폐교와 노령화에 대한 예상을 못한 것의 가격은 4억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