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리은행이 함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우리동네 음악회
일시 : 2015년 3월 27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장소 : 중랑구민회관 대공연장
연주 : 서울시립교향악단 비올라 4중주
주최 : 중랑구청, 우리은행
주관: 서울시립교향악단
출근길에 신호등 기다리다가 본 현수막.
어디서 공연이 있나보다… 했는데, 오잉? 구민회관이면 바로 옆 건물이네?
이 사진을 찍은게 20일이었다.
예약이 23일 9시부터라서 캘린더 앱에 넣어뒀는데, 어어하다보니 10시가 됐다.
예약사이트에 가봤지만, 이미 무대에 가까운 가운데 좌석은 애매한 자리만 남겨두고 있었다.
어쩔 수없이 앞사람 영향을 안 받을 아무도 예약하지 않은 2층의 가장 앞줄을 예약했다. 부디 무대와 멀리 떨어져있지않기를…….
정시퇴근을 하면서 샌드위치로 저녁을 떼우고 구민회관으로갔다.
면목4동 주민센터 바로 옆에 있는 이 건물은 민방위훈련 받을 때 왔던 곳이기도 하다.
왼쪽은 민방위 받으러 갈 때 들어갔던 문
오른쪽이 오늘 공연이 있을 대공연장.(이 건물에 네 번째 온거지만 솔직히 대공연장 입구가 여기에 있는줄은 몰랐다)
입구에서 예약확인을 하면 나눠주는 종이.
오늘 공연에 대한 소개와 프로그램 안내가 되어있다.
공연에 대한 만족도 조사 설문지.
공연이 끝나면 적어서 제출해야 한다.(물론 강제는 아니지만 서울시향측에서 추후에 공연에 참고할 자료가 되니 해주는게 좋다)
1층 좌석.
그래도 공연장이면 뒤로갈수록 높아져야 하는데 평지였다.
2층에 예약하기 잘한듯 싶다.
2층은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좌석에 맨 앞줄의 앞에 유리막이 서있다.
높이가 애매해서 좀 거슬렸다.
미리 가져간 삼각대를 이용해서 셔터만 누르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구도를 맞춰놨다.
RX100 + 오토모드인데, 어두운 곳에서도 생각보다 잘 나온다.
아마 서울시향 소속일 것으로 짐작되는 한 분이 공연소개와 진행을 해주신다.
왼쪽부터 안톤 강, 김성은, 홍지혜, 김대일
틈틈이 찍었는데, 흔들림 방지때문에 2초 타이머를 맞춰놨더니 띠띠띠 찰칵하는 소리가 나서 공연에 방해가 된건 아닌가 모르겠다 ;;;
세 번째 곡이 끝나고 연주자들과 약간의 대화가 있다.
안톤 강 님은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이고, 러시아에서 공부
김성은 님은 스위스에서 공부
홍지헤 님은 미국에서 공부
김대일 님은 이탈리아에서 공부.
안톤 강 님이 왜 이름이 ‘발티카 콰르텟’인가를 알려준다.
어느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비올라 연주자인 딱 저 네 분만 지각을 해서 자리를 따로 배정 받았다. 그게 인연이 되어 같이 연주를 하게됐는데, 하는 김에 이름을 짓기로 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비올라의 느낌을 살려서 바다이름으로 짓기로 했는데, 각자 공부한 곳과 연관된 바다를 갖고 이름을 지어봤다.
미국은 퍼시픽, 이탈리아는 대서양 아틀란틱, 스위스는 바다가 없고 ㅠㅠ, 러시아는 많은 바다가 있지만 고향과 가까운 발틱이 선정됐다. 러시아 발음인 발티카로 하기로 했다.
발티카란 이름이 어쩐지 이름이 익숙하더라 싶었는데 러시아 맥주인 발찌카였다. 이번 주말은 기념으로 발찌카 맥주를 마셔봐야겠다.
콰르텟은 쿼드, 콰트로등의 4를 뜻하는 단어에 이런저런게 붙어서 4중주라는 뜻이다. 아마 어느나라 말은 4라는 숫자를 아예 콰르텟이라고 부르지 싶다.
————————————– 여기서부터 진짜 후기 —————————–
깡촌 출신에, 대중가요에도 큰 흥미가 없다보니 클래식 공연을 일부러 찾아다니거나 할리가 없다.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악기를 사용하는 공연은 오늘이 두 번째. 첫 번째는 고등학교 때 밴드부가 했던 공연이었고, 관악기와 타악기만 사용했다. 즉 현악기 공연은 오늘이 처음이다.
가끔 집에서 심심할 때 틀긴하지만 클래식이라고는 비발디 사계나 베토벤등의 정말 유명한 몇 곡 밖에 모르는 데다가, 돌아다니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폼 좀 잡아줘야 할 것 같은 클래식 공연에 가는 건 현실에선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집 근처에서 한다는데 당연히 가야지! 현수막을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최대 2만원을 안 넘었으면 좋겠다’ 였다. 아이맥스 영화도 만원은 넘으니 클래식 공연은 2만원은 넘지 싶었는데, 예매페이지를 가봤더니 무료! 무료 클래식 공연이 있다니 ㄷㄷ
매일 하는 퇴근길임에도 혹시나 늦을까봐 서둘렀다. 너무 빨리와서 집에 들어서 카메라와 삼각대도 챙겼다. 공연장에 갔더니 2층은 나 혼자만 예약했는지 안내해주는 학생들도 원한다면 1층으로 옮겨주겠다고 한다. 오히려 혼자 관람할 수 있어서 더 맘에 들었다.
사회자가 첫 번째 곡은 ‘토카타와 푸가’라고 알려주자 고등학교 음악시간이 LD로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게다가 이 곡은 애니에서 큰 충격을 받았을 때 효과음으로 쓰이는 거라 앞부분만 아주 익숙하다. 파이프 오르간에 어울리는 곡인데 비올라로 들어보게 되는구나.
연주자들이 입장했고, 나는 낼 수 있는 가장 큰 박수소리를 내며 환영해줬다. (우와 여자 연주자 드레스 엄청 이쁘다)
비올라는 음악의 문외한이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름으로 드립칠 때나 들어보는 단어이다. 바이올린이랑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 정보 밖에 모른다.
연주가 시작되고, 비올라의 따뜻한 음색이 느껴진다. 구민회관의 시멘트 벽에 반사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마 오늘 공연이 바이올린이었다면 너무 날카로워서 거슬렸을지도 모르겠다.
귀로는 듣고, 눈으로는 연주자들을 관찰했다.
- 길거리 지나다닐 때 가끔 보는 악기를 짊어진 학생들이 성공하면 저 자리에 가겠지?
- 어떻게 손가락으로 복잡한 코드를 짚으면서 다른 팔로는 현을 켤 수 있지? 현을 켜는 손가락도 코드를 짚게되지 않을까?
- 나머지 셋은 악보를 넘겼는데, 독주파트라서 아직 악보를 못 넘긴 사람은 저 부분만 외워서 하는건가?
- 클래식하는 사람 중에도 아주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 기타는 손가락 짚는 곳 구분이 되게 칸으로 나뉘어져있는데, 비올라는 그런 것도 없는데 어떻게 정확한 위치에 활을 대고, 손가락을 짚는 걸까?
- 저 분들은 스트레스 받을 때 바이올린을 연주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보니 한 곡 한 곡이 끝나갔다.
클래식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은 지휘자가 왜 필요한가 싶었는데, 옆 사람 반주에 맞춰서 같이 시작하는 부분을 맞추기 위해 곁눈질을 하는 걸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됐다.
대략 한시간 반 정도 공연이었는데, 정말로 짧게 느껴진다.
날카로운 맛은 없지만 차분한 느낌의 비올라 소리를 많이 들었더니, 모양으로는 구분 못하겠지만 소리로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구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올 해는 소리가 괜찮은 공연장에서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에 가봐야겠다.